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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부 찐 후기 (내 별점은?)

 

첫인상과 관람 동기
얼마 전 극장에서 예매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병헌 주연의 영화 **《승부》**를 관람했다. 스크린 가득 밀도 높은 예고편과 이병헌·유아인의 강렬한 연기 대결이 예고되자, 자연스레 기대감이 높아졌다. 특히 바둑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이 많아, 바둑을 잘 모르는 관객인 나조차 호기심이 일었다.


줄거리 개괄
영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친 한국 바둑계의 격변기를 무대로 한다. 전설적인 바둑 기사 조훈현(이병헌 분)이 어린 천재 이창호(유아인 분)를 제자로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스승·제자 관계는,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을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만들었다. 전체적인 전개는 두 거장의 수많은 대국 가운데 몇몇 중요한 판을 중심으로 이들의 성장과 갈등, 그리고 우정과 배신을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려낸다. 


연출 및 각색의 특징
감독 김형주(김형주·윤종빈 공동 각본)는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하되, 지나치게 다큐멘터리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적절한 극적 장치를 배치했다. 대국 장면 사이사이 삽입된 조훈현의 회상 신, 이창호의 내면 독백 장면은 두 인물의 심리적 변화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체 러닝타임은 약 125분으로, 군더더기 없이 핵심에 집중한다. 

 

이병헌의 완벽한 변신
이병헌은 ‘조훈현’으로 완벽히 빙의해, 노련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바둑 기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작은 시선 처리 하나에도 깊은 사연이 엿보이며, 돌을 놓기 전의 손떨림·호흡 조절 장면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특히 중반부 중요한 대국에서 한 수를 놓고 난 뒤 짓는 미묘한 미소 하나가 압권이다. 


유아인의 섬세한 감정 연기
상대적으로 내성적이고 차분한 ‘이창호’ 역을 맡은 유아인은, 초반부 제자로서의 풋풋한 긴장감에서 갈등이 깊어질수록 피로와 불안을 얼굴 전체로 드러낸다. 특히 스승에게 도전하는 심리적 분열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눈빛을 떨리게 한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가슴을 조이게 만든다.


두 주연의 케미스트리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병헌과 유아인이 함께 대국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묘한 존중과 애정이 교차하는 미세한 호흡이 관객석까지 전해진다. 대사는 적지만, 눈빛과 호흡만으로도 두 사람이 쌓아온 관계의 깊이가 느껴져 스크린 앞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바둑 대국 장면의 몰입감
촬영 기법 또한 단순한 정지 화면이 아닌, 슬로우 모션캐논 렌즈를 오가며 수읽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카메라는 때로는 돌 하나를 클로즈업하고, 때로는 테이블 위 흑백 돌의 대조를 강조해 마치 체스판 위 긴장감 넘치는 전투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타이밍에 맞춘 음향 효과와 적절한 무음 처리 역시 집중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영상미와 음악이 주는 감동
영상미는 전통적인 한지 질감의 채도를 낮춘 색보정으로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요 장면 전환 시 배경으로 흐르는 건 현악기 중심의 서정적 스코어로, 바둑판 위 돌 한 알이 놓이는 순간에도 마음속에 울림을 남긴다. 감독의 전작보다 과감한 카메라 워킹과 음악 사용이 돋보였다.


주요 메시지와 감명 깊은 대사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순한 ‘승부의 승패’를 넘는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장과 존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돌 하나를 놓을 때마다 내 안의 두려움과 맞서는 것이다”라는 조훈현의 대사는, 승패를 넘어 매 순간 맞서는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흥행 성적과 관객 반응
개봉 2주차에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안정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3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들의 재관람 비율이 높아, ‘입소문 흥행’이 본격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영화가 남긴 여운
상영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바둑판과 돌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경기 자체의 시각적 쾌감뿐 아니라, 두 인물이 인간적으로 겪어낸 갈등과 화해 과정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관객석에서 묵직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던 순간도,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추천 이유 및 대상 관객

  • 바둑에 문외한인 일반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탄탄한 드라마이다.
  • 이병헌·유아인 팬이라면 이들의 새로운 얼굴을 확인하는 재미가 크다.
  • 멘토와 제자, 스승과 제자 관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짚어볼 기회를 준다.

마무리 소회
‘승부’라는 단어 뒤에 감춰진 인간의 고뇌와 존중, 성장 이야기를 이토록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은 드물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명연기 대결’은 물론, 탄탄한 연출과 감각적인 영상미가 어우러져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수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음 주말, 스크린을 찾기에 더없이 좋은 이유가 여기 있다.

 

 

내 별점 : ★★★★☆